인생은 여행하는 삶이다. 여행이란 사적, 공적인 일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는 일을 말한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이 살던 곳과 다른 사람들과 문화, 풍습, 풍경, 문물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배움’이고 인생은 그 ‘여정’이다. 여정으로서의 인생길을 걷는다는 심오한 의미를 지닌 말이 있다. 바로 ‘순례’이다. 영어로 필그림(pilgrim)이다. 돌아다니며 예를 행한다는 뜻인데 이 말은 라틴어 페르 에그리눔(per-egrinum)에서 온 말이다. 그 뜻은 ‘외국인’을 뜻하지만 더 심오한 뜻은‘들판을 가로질러 간다’라는 뜻이다. 단순한 시찰이나 관광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영적기원과 뿌리를 찾는 신앙적,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미국인들은 자기들의 조상을 말할 때 영국인이라고 하지 않고 Pilgrim fathers라고 말한다. 이는 영국에서 종교의 자유와 청교도의 높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이주해 온 102명의 선조들을 기리는 말이기도 하다. 이 정신이 미국의 힘의 근원이다. 순례자로서의 삶의 모습은 성서에도 많이 등장한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순례자로 규명한다. 그에게 있어 성지는 ‘하나님이 지시할 땅’이었다. 모세는 백성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난다. 그의 목적지는 ‘광야’였다. 그곳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이집트 땅을 나온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광야길 자체가 곧 순례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리하는 아람사람’이라고 규정한다. 광야에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사람들, 즉 순례자들이었다는 말이다. 다윗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장소로서의 ‘장막’을 향한 열망으로 예루살렘성을 향했다. 그는 피 흘려 여부스 족속에게서 그 성을 탈환했고 그 성에 ‘장막’을 설치했고 그곳에서 춤을 추며 하나님을 찬양했다. 다윗에게 있어 성지는 ‘법궤’였다. 모세로부터 내려온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율법의 준수’를 완성하는 일이야말로 그가 인생을 사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후 법궤가 안치되었던 시온산은 유대민족의 영원한 성지가 된다. 예수님은 율법의 완성으로서 ‘복음’을 선포하신다. 그가 복음을 선포하신 곳들과 그의 복음을 통해 생명을 얻은 자들이 감격과 기쁨으로 나아갔던 곳들은 진정한 ‘성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최종 성지는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였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최종성지 영원한 나라를 향한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광야 같은 세상을 가로질러 건너가는 순례자인 것이다. 우리의 순례는 고달픔의 연속이지만 그 순례의 끝은 평안이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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